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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이기는 선조의 지혜, 流頭
[ 2017-08-03 14:55:37 ]
  
운영자
조회수: 583        
     

이인문<하경산수도>

 

무더운 여름 삼복더위를 피하기 위해 시원한 숲이 어우러진 계곡이나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찾아 피서를 떠날 준비가 한창이다. 우리의 조상은 어떻게 피서를 하였을까? 현대사회가 산업화 및 도시화로 전환됨에 따라 잊혀버린 대표적인 명절인 유두는 지금으로 말하면 한여름철의 피서에 해당하는 풍속으로, 더위를 이기려는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다.

 

음 력으로 유월은 더위와 관련된 온갖 세시풍속이 모여 있는 달이다. 24절기 가운데 소서와 대서가 들어 있고, 무더위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한 초복과 중복이 들어 있어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그러나 참외, 수박 같은 과일과 채소가 풍성하고 녹음이 울창한 계절이기도 하다. 유두流頭는 삼복 중에 들어있는 여름철 명절로 음력 유월 보름날(양력 7월 10일)을 이른다. 농경국가에서 보름달은 농사의 풍요와 관련하여 중시되었는데, 지금은 잊혀졌지만 유두는 정월대보름과 7월 백중, 8월 추석과 더불어 중요한 차례의 보름 명절이었다. 유두날에는 수확한 햇과일과 밭작물을 조상께 올리고, 풍농을 위한 농신제를 지냈다.


또한, 유두는 ‘휴식’의 의미를 지닌다. 유두날에는 맑은 개울을 찾아가 머리를 감고 궂은일을 털어버리는 불제를 지낸 후, 수확한 음식을 차려 먹으며 농사일로 고단했던 몸을 풀고 놀이를 하였다.

 

 

유두의 어원
유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는 뜻으로,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이다. 동류수를 선택하는 까닭은 동방이 청靑을 상징하며 양기가 왕성한 방향이기 때문으로, 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날이 바로 유두이다.


유두의 어원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라 때의 이두식 표기로 보는 견해가 있다. 유두의 다른 표현인 수두水頭의 의미는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이니, 그 본뜻을 물말이 곧 '물맞이'라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하는데, 이로 보아 유두는 신라 때 형성된 '물맞이'의 풍속이 한자로 기록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말이라 볼 수 있다.

 

유두의 유래
유두가 언제부터 유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헌상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에 이미 유두 풍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3세기 고려 명종 때의 학자 김극기金克己의 『김거사집金居士集』에 의하면, “경주 풍속에, 6월 보름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을 씻어버렸다. 그리고 계음을 유두연流頭宴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유두음流頭飮에 대해 “명종 15년 6월 계축일癸丑日에 왕이 봉은사에 행차하였다. 병인일에 시어사侍御史 두 사람이 환관 최동수崔東秀와 함께 광진사에 모여서 유두음을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풍속에 6월 15일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음으로써 좋지 못한 일을 제거한다고 했으며, 이로 인해서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이것을 유두음이라고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문헌의 기록들을 통하여 유두는 최소한 신라시대부터, 또는 그 훨씬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의 풍속임을 짐작할 수 있다.

 

 

유두의 풍속
유두의 풍속 중 중요한 것으로는 유두천신이 있다. 천신이란 계절에 따라 새로 나는 음식물을 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말하는 것으로, 유두날 아침 각 가정에서는 참외, 수박 같은 새로 난 과일과 몇 가지 곡식을 음식과 함께 장만하여 조상께 올렸다. 왕실에서는 종묘에, 양반가에서는 사당에 올렸다.


유두날에는 조상뿐만 아니라 논과 밭에도 제사를 지낸다. 유두 무렵에는 보리나 밀 등의 밭작물을 수확하고, 마지막 모내기와 김매기를 한다. 이에 수확한 밭작물로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는 천신을 하고, 더불어 농작물이 잘 성장하여 결실을 맺도록 풍농을 위한 농신제를 지냈다. 유두에 지낸다고 하여 유두제, 유두고사라고 하며, 지역에 따라 용왕제, 농신제, 논고사, 밭고사, 참외제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유두천신과 농신제가 끝난 뒤 사람들은 산간 폭포나 동쪽에서 흐르는 맑은 시내에 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물맞이를 한다. 그리고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6월 보름에 벼랑에 버린 빗”이라는 노랫말과 같이 그동안 쓰던 빗을 물가 벼랑에 던져버린다. 이는 한여름 무더운 복중에 들어있는 유두일에 더위를 피하여 건강을 유지하고자 한 조상의 지혜이다.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 풍속 편에는 여인들의 물맞이 장소로, 서울에서는 정릉 계곡, 광주에서는 무등산의 물통폭포,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의 성판봉城坂峰폭포 등을 적합한 곳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각 지방과 마을마다 물맞이 명소가 있었다. 물맞이 후에 선비들은 계곡이나 정자에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풍월을 읊조리며 하루를 즐기는 유두연(유두잔치)을 베풀었고, 일반인들도 음식을 마련하여 시원한 곳에 가서 하루를 즐기며 놀기도 하였다.

 

 

유두의 시절음식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유두의 명절식으로 수단水團과 건단乾團, 연병連餠, 상화병霜花餠, 수교위[水角兒]가 있다고 하였다. 수단은 동글납작하게 만든 멥쌀 흰떡을 끓는 물에 데쳐 차가운 꿀물이나 오미자국에 띄워 먹는 화채의 일종이며, 건단은 물에 넣지 않은 것이다. 연병은 얇게 부친 밀전병에 각색 나물이나 콩, 깨로 만든 소를 넣어 돌돌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상화병은 밀가루에 술을 넣고 반죽하여 발효시킨 다음, 그 안에 팥이나 깨, 고기, 나물, 꿀을 넣은 소를 싸서 둥글게 빚어 찐 음식이다. 마치 서리가 하얗게 앉은 것 같아 상화병이라고 부른다. 또 수교위는 밀가루로 만든 피에 오이, 버섯, 고기 등을 양념한 소를 넣고 빚어 삶거나 쪄서 먹는 만두의 일종이다. 이 밖에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슬 모양으로 만든 유두국(유두면流頭麵)을 즐겨 먹었는데, 유두면을 먹으면 장수하고 더위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유두국에 오색물감을 들이고 세 개씩 이어 색실에 꿰차거나 문에 달면 재앙을 막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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